KBO 리그의 현장 관람이 다시 활기를 되찾으면서, 경기장 안팎에서의 소비 문화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특히 굿즈 시장은 이제 단순한 기념품 수준을 넘어, 팬 정체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문화이자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굿즈의 범위와 형태는 해마다 다양해지고 있으며, 팬층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25년 현재, 어떤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구단별로 어떤 차별화 전략이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본다.
가장 인기 있는 굿즈 카테고리
2025년 기준 KBO 굿즈 시장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제품은 여전히 레플리카 유니폼이다. 특히 마킹 서비스와 함께 출시되는 선수별 유니폼은 경기일을 기준으로 품절 사례가 잦을 정도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오버핏, 크롭 스타일 등 젊은 세대 취향을 반영한 유니폼이 별도 라인으로 출시되며 패션 굿즈화가 뚜렷하다.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제품은 마스코트 캐릭터 인형 및 키링이다. NC 다이노스의 ‘단디와 쎄리’, SSG의 ‘레니’, 한화의 ‘수리’ 등 구단 대표 캐릭터를 활용한 봉제 인형, 가방 고리, 키링 제품은 시즌마다 한정판으로 출시되며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키즈 팬층의 증가와 함께 가족 단위 구매가 늘면서 해당 카테고리는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중이다.
최근에는 실용성 높은 생활 굿즈의 판매 비중도 상승세다. 텀블러, 보온병, 슬리퍼, 손선풍기, 무릎담요 등은 경기장에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LG, 삼성, KT 등 수도권 구단들은 사무용 문구세트, 마우스패드 등 직장인을 겨냥한 굿즈도 병행 출시하며 팬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있다.
굿즈 트렌드 변화: 감성, 콜라보, 참여형 굿즈
KBO 굿즈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굿즈가 ‘기념품’에서 ‘경험’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즐거움, 의미를 담는 스토리, 사용하면서 드러나는 개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첫 번째 트렌드는 감성 중심의 굿즈다. 응원 문구가 적힌 포토카드북, 친필 메시지 복제 엽서, 선수 손글씨 키링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MZ세대 팬들이 단순한 이미지보다 의미 있는 메시지에 더 반응한다는 점을 활용한 전략이다. 한화, SSG, NC 등은 이러한 감성 상품을 주기적으로 출시하며 ‘스토리 있는 굿즈’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두 번째는 브랜드와의 콜라보다. SSG는 데상트, 크록스, 스타벅스와 협업한 굿즈를 출시했고, LG는 커피 브랜드 ‘할리스’와 함께 텀블러를 출시해 실생활 밀착형 팬 굿즈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구단 굿즈가 더 이상 야구장 안에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연계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세 번째는 팬 참여형 굿즈다. 최근에는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팬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거나, 팬이 제작한 비공식 굿즈가 정식 상품으로 채택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화는 팬이 디자인한 응원 피켓을 정식 판매했고, NC는 팬 작가와 협업한 엽서 세트를 출시했다. 이처럼 굿즈는 단순한 판매용 아이템이 아닌, 팬 소통의 매개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단별 인기 굿즈 전략 비교
SSG 랜더스는 전체적으로 트렌디한 디자인과 브랜드 협업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응원 응용 아이템보다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군이 많고, 마스코트인 ‘레니’를 중심으로 한 캐릭터 굿즈의 연출력이 뛰어나다.
한화 이글스는 팬 감성을 자극하는 응원 키트가 주력이다. 머리띠, 부채, 스티커 세트, 문구류 등 감성 굿즈가 풍부하며, 가족 단위 팬층에 맞춘 키즈 제품이 다양하다. 경기일별 한정판 ‘이글이 키트’는 조기 매진이 잦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LG 트윈스는 직장인을 겨냥한 실용형 굿즈가 강점이다. 블랙&화이트 톤의 미니멀 디자인 유니폼, 비즈니스용 마그넷 클립, 노트패드 등이 대표적이며, 실용성과 세련미를 동시에 잡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캐릭터 중심의 친근한 굿즈 라인업이 강하며, 아이들을 위한 ‘단디 크래프트 키트’, DIY 마스코트 색칠북 등 체험형 굿즈를 출시하고 있다. 이는 유소년 팬층 확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KBO 굿즈 시장은 더 이상 부가적인 수익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팬과의 정서적 연결을 만드는 수단이자, 구단 브랜딩의 핵심 축이다. 유니폼 하나, 키링 하나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물건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팬들은 그 물건을 통해 팀에 대한 애정, 기억, 자부심을 표현하고 있으며, 굿즈는 야구 문화를 일상으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으로 굿즈 시장은 더욱 세분화되고, 개별화될 것이다. 팬 참여형 제작, 실생활 밀착 제품, 브랜드 연계 상품 등은 그 방향을 가늠하게 해준다. 결국 경쟁력 있는 굿즈란, 디자인과 가격을 넘어서 팬의 감정과 일상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드는가에 달려 있다.
경기장을 찾는 팬은 물론, 야구를 사랑하는 누구나 굿즈 하나쯤 갖고 있는 시대. 그 굿즈가 단순한 상품을 넘어, 응원과 기억, 그리고 소속감을 담아내는 매개체가 되어가는 지금—구단의 굿즈 전략은 곧 팬과의 관계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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