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는 창설 이후 꾸준히 관중의 관심을 받아왔지만, 그 성격과 중심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한때는 ‘가족 관람 스포츠’로, 또 한때는 ‘20~30대 남성 중심의 마니아 문화’로 자리 잡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팬층은 더 세분화되고, 연령별·성별·플랫폼별로 전혀 다른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나타나는 팬층 변화는 단순한 응원 방식뿐 아니라, 구단의 마케팅 전략 자체를 바꾸고 있다. 2025년 KBO 리그의 팬층 변화 흐름과 구단들의 대응 전략을 분석해본다.
변화하는 팬층, 그 중심엔 MZ세대와 가족층
2025년 현재, KBO 팬층의 변화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은 MZ세대의 유입과 가족 단위 관람의 증가다. 예전에는 중장년층 중심의 충성 팬들이 주 관객층이었다면, 최근에는 20~30대 젊은 관객, 특히 여성 팬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는 야구장의 분위기 자체가 ‘응원’ 중심에서 ‘놀이’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2023년 이후 KBO 리그는 ‘키즈 마케팅’에 집중하며 어린이 팬층 확보에 주력해왔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는 시즌권에 키즈존 입장 혜택을 포함시키며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유도했고, SSG와 NC는 마스코트 콘텐츠를 활용한 체험형 행사로 어린이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관람 문화와 굿즈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주며, 야구장이 더 이상 특정 성별이나 연령층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SNS와 숏폼 영상 콘텐츠의 확산은 젊은 팬들의 유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치어리더 영상, 응원가 챌린지, 선수 브이로그 등이 화제를 모으며 KBO 콘텐츠는 ‘경기’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재구성되고 있다.
구단 마케팅 전략의 진화, 구단별 차별화는 필수
팬층의 변화에 발맞춰 KBO 구단들의 마케팅 전략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티켓 판매나 응원 굿즈 판매를 넘어, 경험 중심, 디지털 기반, 팬 참여형 콘텐츠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구단별 사례를 통해 전략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SSG 랜더스는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콘텐츠 전략이 돋보인다. 스타벅스, 데상트, 스노우피크 등과의 콜라보 제품은 MZ세대 팬들을 겨냥한 감각적인 굿즈로 인기를 끌었고, 인천 랜더스필드는 ‘볼파크’라는 개념을 활용해 경기 관람을 넘어선 공간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SNS에서는 ‘랜스쿨’, ‘레니 브이로그’ 같은 자사 콘텐츠로 팬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정서적 팬심을 자극하는 전략이 강하다. 노시환, 김서현 등 젊은 선수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하며 유망주 성장 서사를 강조하고 있으며, 치어리더 콘텐츠와 키즈데이 마케팅을 통해 여성·가족 관람층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한화는 오프라인 행사와 연계한 팬 소통 행사에 적극적이며, 충성 팬을 ‘커뮤니티’로 엮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LG 트윈스는 서울이라는 지역성을 적극 활용해 직장인 대상 마케팅이 발달했다. 야간 경기 집중 편성, 퇴근 후 티켓 할인, 사무용 굿즈 등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SNS에서는 ‘트윈스 데이’ 등 팬 주도형 챌린지와 응원 문화 확산 콘텐츠가 다채롭게 전개되고 있다.
플랫폼 다변화와 팬 참여 문화의 확산
2025년 들어 KBO 리그의 마케팅은 더 이상 구단만의 일이 아니다. 팬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굿즈를 기획하며 ‘참여자’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커뮤니티와 유튜브 중심의 콘텐츠 생산 환경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유튜브에서는 선수 브이로그, 경기 하이라이트, 응원 리액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업로드되며, 구독자 수가 10만 명을 넘는 구단 채널이 절반 이상이다. 팬들이 직접 운영하는 SNS 팬 계정이나 디시인사이드·MLBPARK 같은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도 실시간으로 선수 및 구단 관련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또한 굿즈 시장에서도 팬 커뮤니티의 자발적 제작이 두드러진다. 포토카드, 스티커, 응원 피켓 등은 비공식 제작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앞에서 나눔이나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에 일부 구단은 ‘팬 제작 콘텐츠’를 정식 굿즈로 채택하거나, 공모전을 통해 팬 참여형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팬이 마케팅 주체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였던 팬이 이제는 공동 제작자, 공동 기획자의 역할까지 수행하며 구단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는 단순한 충성도 이상의 팬 경험을 의미하며,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확장시키는 동력이 된다.
KBO 리그는 더 이상 하나의 고정된 팬층에 의존할 수 없다. 팬층은 빠르게 다양화되고 있으며, 관람의 목적, 응원 방식, 콘텐츠 소비 채널까지 모두 달라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구단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2025년 현재, KBO는 분명히 진화 중이다. 단순한 경기 중심 스포츠에서 벗어나, 문화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이 중심에 팬층 변화가 있다. MZ세대, 여성 팬, 가족 관람객, 그리고 디지털 콘텐츠 소비자, 이들은 단순히 관객이 아니라 KBO를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다.
앞으로의 KBO는 얼마나 많은 팬을 모으느냐보다, 얼마나 다양한 팬과 오래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부터의 마케팅 전략이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