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응원문화 진화와 구단별 응원 전략 비교

KBO 리그의 응원문화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장의 열기와 치어리더 중심 퍼포먼스가 응원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팬의 자율성과 구단의 전략이 결합된 보다 다양하고 세분화된 응원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관중의 연령대가 넓어지고,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구단들은 현장 중심 응원을 넘어 다양한 응원 경험을 설계하고 있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각 구단은 고유의 방향성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응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응원 방식의 다변화: 치어리더 중심에서 팬 참여형으로

전통적인 KBO 응원은 치어리더와 응원단장이 주도하고 팬이 일괄적으로 따라가는 구조였다.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 떼창, LG 트윈스의 정교한 군무 응원은 여전히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경기장 내 응원 방식은 점차 ‘팬 주도형’과 ‘경험 기반’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우선, 음원 기반 개별 응원 문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선수별 응원가는 더 이상 구단 공식 응원단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팬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커스텀 응원곡이 틱톡, 유튜브 숏츠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화의 노시환, SSG의 최정 등 인기 선수의 비공식 응원 영상은 단일 조회수 3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영향력을 입증했다.

또한 현장용 응원 도구의 진화도 주목할 만하다. 2025 시즌에는 KT와 NC를 중심으로 AR 응원봉, 음파 싱크 리모컨 등 스마트 기기를 연동한 실시간 응원이 시도됐다. 팬들은 전광판과 연동된 조명 연출에 참여하거나, 앱을 통해 투표 기반 응원가 선곡에 참여하는 등 '관객'을 넘어 '연출자'로서 응원에 기여하고 있다.

일부 구단은 치어리더 없는 응원 전략도 점차 시험 중이다. KIA는 평일 경기에 한해 비치어리더 응원 존을 따로 구성해 팬끼리 응원 문화를 이끄는 실험을 시도했고, 이는 조용한 관람을 선호하는 중장년층 팬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구단별 응원 전략 비교: 브랜드, 팬층, 현장성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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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는 브랜드와 감각적인 콘텐츠 중심의 응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레니 응원 데이’와 같은 마스코트 기반 테마 응원은 어린이 팬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스타벅스 협업 유니폼 응원 이벤트 등은 20~30대 여성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응원가 또한 감성형 리믹스를 통해 ‘듣는 응원’ 요소가 강화됐다.

LG 트윈스는 전통적 응원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콘텐츠와의 접점을 확장하고 있다. ‘문보경 응원가 챌린지’는 틱톡 기반에서 2025년 5월 기준 1500개 이상의 사용자 영상이 등록됐으며, SNS 해시태그 기반 응원 인증 이벤트도 병행 운영 중이다. 응원은 단순한 현장 열기를 넘어서 디지털 확산형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감성적이고 응답적인 응원 전략이 돋보인다. 선수 소개 때 팬들의 이름 외침을 유도하는 ‘콜 앤 리스폰스’ 형태의 입장 응원, ‘노시환 송’과 같이 팬과 함께 부를 수 있는 서정적 멜로디의 응원가가 대표적이다. 최근엔 ‘문현빈 데이’와 같은 주제형 응원전을 통해 선수를 중심으로 한 응원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KT 위즈는 기술 기반 팬 경험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 위즈 응원 시스템’을 통해 경기장 조명, 음향, 응원 영상을 팬 휴대폰과 동기화시켜 실시간 응원 몰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응원가 선곡과 치어리더 공연 타이밍조차 팬 투표로 결정되는 방식이 도입됐다. 이는 MZ세대 팬의 자율성과 참여욕을 자극하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여전히 집단성과 열기 중심 응원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사직구장의 떼창은 경기력과 무관하게 변하지 않는 강력한 지역 응원 에너지이며, 박기량 등 핵심 치어리더가 이끄는 공연형 응원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단체 유니폼 응원, 종합 응원가 합창은 롯데만의 독보적인 장면이다.

응원문화의 방향성과 과제: 팬 다양성, 저작권, 지속성

KBO 응원문화는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팬층 다양성 대응 부족이 있다. 고연령층 또는 외국인 관객이 응원 구조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전광판 자막, AR 안내 기능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응원가 저작권 문제는 2025 시즌에도 여전히 이슈다. 인기 팝송, 애니메이션 BGM 등을 편곡해 사용하던 관행이 점차 제한되고 있으며, 몇몇 구단은 최근 응원가를 전면 교체하거나 자체 제작 비율을 늘리고 있다. 이는 창작 응원가를 통한 구단 정체성 강화에는 긍정적이지만, 과거 응원가에 대한 팬의 추억이 단절된다는 아쉬움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응원문화의 지속성 문제도 리그 전체에서 고민해야 할 주제다. 치어리더 인력 편중, 특정 해설자 중심 응원 연출, 인기 선수 이탈 시 응원 콘텐츠 붕괴 등은 KBO 응원문화가 인물 중심으로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각 구단은 응원가 아카이브, 팬 참여형 응원 제작단 등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KBO 응원은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그것은 치어리더의 무대일 수도 있고, 스마트폰의 진동일 수도 있으며, 한 줄의 댓글과 해시태그일 수도 있다. 이제 응원은 단순히 소리를 내는 행위가 아니라, 구단과 팬이 감정을 공유하고 정체성을 함께 만드는 '행위의 언어'다.

각 구단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응원 전략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팬’이 있다. 팬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응원, 팬이 만들어가는 콘텐츠, 그리고 팬이 주도하는 경기장의 분위기야말로 KBO 리그만의 경쟁력이다. 앞으로의 응원은 더욱 다양해지고, 디지털화될 것이며, 구단과 팬이 함께 설계하는 구조로 진화할 것이다.

그 흐름 속에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어떤 방식이든, 응원이 팬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팀을 넘어 리그 전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진짜 힘이 된다.

 

 

KBO 팀별 치어리더 구성 및 응원 전략 비교

 

야구장 음악과 응원가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