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의 관람 문화에서 치어리더는 단순한 응원단원이 아니다. 이들은 경기장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팬과 선수 사이의 감정적인 다리를 놓는 중요한 존재다. 팀별로 구성과 응원 방식, 팬과의 소통 전략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야구라도 응원 문화는 구단마다 전혀 다른 체험이 된다. 현재 KBO 각 팀의 치어리더 구성과 응원 전략을 비교해보면, 그 팀이 어떤 팬 문화를 지향하고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응원 스타일의 색깔이 뚜렷한 팀들
롯데 자이언츠는 KBO에서 가장 강한 응원 문화를 자랑하는 팀 중 하나다. 부산 사직구장은 치어리더 중심의 집단 응원이 특히 활발하며, 박기량, 이유리 등 스타 치어리더들이 오랜 기간 활동하며 팀 응원 문화를 이끌고 있다. 롯데는 응원가의 호응도와 리듬감이 높고, 관중이 직접 참여하는 ‘떼창’ 문화가 살아 있다. 구호보다는 가창 중심의 응원이 많고, 전체 스탠드가 하나로 움직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한화 이글스는 치어리더 구성에 있어 다양한 세대와 스타일을 조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응원가는 감성적인 곡부터 빠른 EDM 리듬까지 폭넓으며, ‘수리와 함께하는 키즈 타임’, ‘이글스 송 챌린지’ 등 가족 단위 팬층을 겨냥한 응원 프로그램이 많다. 치어리더는 경기 중 2~3회 특별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팬들과 직접 하이파이브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응원 전략 자체가 소통 중심이라는 특징이 뚜렷하다.
SSG 랜더스는 응원보다 공연에 가까운 구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댄스 중심의 고난도 퍼포먼스와 테마 응원가 구성이 많으며, 마스코트 ‘레니’와 함께 진행되는 무대 연출도 강점이다. 응원석과 치어리더 무대가 분리되어 있어, 팬들이 공연을 감상하는 형태로 흡사 콘서트 같은 느낌을 준다. 트렌디한 음악 선택과 의상 스타일도 눈에 띈다.
전통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응원 구성
두산 베어스는 가장 전통적인 응원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구단이다. 치어리더와 응원단장, 그리고 밴드가 완벽한 호흡을 이루며 응원을 이끄는 구조이며, 응원가는 선수별로 정교하게 구성돼 있다. 구호, 노래, 손동작이 일관되게 정리돼 있어 관중이 따라 하기 쉽고, 응원 중단 없이 경기 내내 이어지는 응원 리듬이 강점이다. 치어리더는 수가 많지는 않지만 응원 효율성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라이온즈는 수원과 대구 두 지역 팬층의 특성을 반영해, 응원의 일관성과 정제된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치어리더 의상과 동작은 비교적 보수적이고 정돈된 느낌이며, 클래식한 응원가와 최근 편곡된 리믹스 버전을 함께 사용해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연령대가 높은 팬들이 많은 만큼, 귀에 익은 멜로디가 주를 이룬다.
LG 트윈스는 수도권 직장인 팬층을 타깃으로 한 정제된 응원 스타일이 특징이다. 야간 경기에 최적화된 조명 연출, 깔끔한 유니폼과 응원 도구, 체계화된 치어리더 동선이 응원의 ‘정돈감’을 만든다. 최근에는 문보경 등 인기 선수 중심의 전용 응원가가 많은 인기를 끌며, 젊은 팬층 사이에서 유튜브 및 숏폼 콘텐츠로도 확산되고 있다.
개성 있는 팬 참여형 응원 전략이 돋보이는 팀들
KT 위즈는 창단 초기부터 팬 참여형 응원을 강조해왔다. 치어리더는 고정 인원 외에도 지역 커뮤니티 참여형 공연단과 함께 응원 타임을 구성하기도 하며, 응원가는 EDM 중심의 빠른 리듬으로 구성되어 젊은 층의 호응도가 높다. 팬들의 스마트폰 화면을 활용한 응원 연출, AR 응원 응용 프로그램 등도 시도되고 있다. 치어리더는 퍼포먼스보다 ‘소통형 진행자’ 역할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NC 다이노스는 ‘가족형 응원’을 지향하는 구단답게, 치어리더 구성 역시 비교적 부드럽고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디송’, ‘쎄리 댄스타임’과 같은 마스코트 참여형 응원 콘텐츠가 많고, 유소년 팬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치어리더의 퍼포먼스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팬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소통 중심의 구성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치어리더 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응원단장과의 호흡을 강조하는 응원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자주 바뀌는 응원가보다 핵심 응원곡을 반복해 정체성을 강화하며, ‘응원 일체감’을 만들어가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팬이 만든 응원 구호나 응원가를 채택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KBO 리그에서 치어리더는 단순한 공연자가 아니라, 팀 브랜딩과 팬문화 형성에 기여하는 중요한 존재다. 팀마다 응원 방식이 다른 이유는 단지 음악이나 안무 때문이 아니라, 각 구단이 어떤 팬층을 중심에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치어리더는 경기장에서의 열기뿐 아니라, 유튜브, SNS, 굿즈, 마케팅 콘텐츠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팬들은 이제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응원과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을 원한다. 이때 치어리더는 응원을 리드하는 동시에, 팬을 참여시키고 팀에 감정을 이입하게 만드는 연결자 역할을 한다. 단체 응원, 떼창, 야광봉, AR 앱까지, 모든 요소는 치어리더의 리드 아래 하나로 묶이며, 그것이 곧 구단의 응원문화로 확립된다.
앞으로의 KBO는 치어리더를 단순한 퍼포먼서가 아닌, 팀 정체성의 전달자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응원의 질, 팬의 만족도, 경기장의 분위기—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치어리더가 있고, 그들은 오늘도 야구장의 열기를 완성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