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는 지금 세대교체의 분기점에 서 있다. 2020년대 초반까지 리그를 이끌던 베테랑 스타들이 은퇴하거나 전성기를 지나면서, 각 구단은 새로운 전력 재편을 위한 리빌딩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히 연령 교체를 넘어, 플레이 스타일과 팀 문화까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세대교체는 KBO 역사에서 중요한 변화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 2025년 시즌 현재, 각 구단의 세대교체 현황과 그 결과를 면밀히 살펴보면, 향후 리그의 판도와 방향성도 함께 읽을 수 있다.
본격적인 세대 전환이 시작된 구단들
가장 먼저 세대교체에 착수한 팀 중 하나는 KIA 타이거즈다. 2022~2023 시즌부터 본격적인 리빌딩에 돌입한 KIA는 김도영, 이의리, 최형우 이후 세대를 중심으로 새 전력을 짜고 있다. 특히 김도영의 폭발적인 성장과 이의리의 선발진 안착은 팀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여기에 신범수, 김석환, 윤영철 등 젊은 자원들이 1군 주축으로 올라오며 팀의 평균 연령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한화 이글스 역시 리그 내에서 가장 과감한 세대교체를 시도한 팀 중 하나다. 노시환, 문현빈, 김서현 등 고교 출신 신예들이 팀의 핵심 전력으로 떠올랐고, 기존 주전이었던 노장 선수들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마운드에서 김서현-한승혁 라인은 리그에서 가장 젊고 빠른 속도의 투수 교체 흐름을 보여준다. 팀 성적은 아직 불안정하지만, 확실한 세대 전환의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도 세대교체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팀이다. 오재원, 정수빈, 김재환 등 베테랑들이 점차 뒤로 물러서고 있으며, 장승현, 강재민, 전상현 등의 신진 전력들이 팀 중심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포수와 불펜에서 젊은 피가 빠르게 자리잡는 모습이 인상적이며, 2026 시즌 이후엔 완전히 새로운 주축 세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점진적 교체와 재편 전략을 쓰는 구단들
LG 트윈스는 급진적인 세대교체보다는 ‘점진적 이양’을 선택한 구단이다. 최근 몇 년간 팀 성적이 안정적이었던 만큼, 기존 주축 선수들을 유지하면서도 신예를 점차 투입하는 방식이다. 문보경, 김범석, 박명근 등 젊은 전력들이 기존 베테랑들과 유기적으로 공존하고 있으며, 자연스러운 세대 전환이 이뤄지는 보기 드문 사례다. 특히 LG는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 자원을 통해 유망주를 멘토링하는 구조를 운영 중이다.
NC 다이노스는 1기 창단 멤버들이 점차 은퇴하거나 이적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 전환이 진행 중이다. 박민우, 김주원, 김영규 등의 20대 선수들이 이미 중심축으로 자리를 잡았고, 외야수 문성주, 포수 신진호 등도 점진적으로 기용되고 있다. NC는 2025년 시즌을 기점으로 2기 팀 정비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KT 위즈는 팀의 뼈대를 이루던 강백호, 배정대, 소형준 등이 여전히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이들이 데뷔한 지 5~6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세대를 수혈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강현우, 김민혁 등 젊은 전력들이 1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으며, 퓨처스 리그에서 성과를 낸 선수들도 점차 콜업되고 있다.
세대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단들
롯데 자이언츠는 여전히 세대교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전준우, 안치홍, 나균안 등 기존 선수들이 팀을 이끌고 있지만, 이들을 대체할 만한 젊은 자원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몇 년간 신인 육성과 퓨처스 리그 성적 모두 기대에 못 미치면서 ‘세대 단절’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도 마찬가지다. 구자욱, 원태인 등의 중견급 자원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가 부재하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유망주들이 아직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리빌딩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FA 전략과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육성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이정후의 MLB 진출 이후 팀의 간판 부재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신예들의 성장도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전력 공백이 뚜렷하다. 전통적으로 유망주 육성에 강했던 키움이지만, 최근 몇 년간의 전력 이탈과 내부 재정 이슈로 인해 세대교체 속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세대교체는 단순히 나이 많은 선수를 젊은 선수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팀의 문화, 리더십, 경기 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주는 거대한 흐름이다. 2025년 현재, KBO 리그는 그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 어떤 팀은 이미 성공적으로 전환을 마쳤고, 어떤 팀은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실질적인 성장을 이룬 유망주가 있어야 하고, 둘째, 그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프런트의 안목, 코칭스태프의 용기, 그리고 팬들의 인내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KBO 리그의 세대교체는 향후 3~5년 간 리그의 경쟁 구도와 팬 문화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기회를 받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팀의 간판이 되는 날, 우리는 또 다른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루키가 내일의 레전드가 되는 것—바로 그 과정이 야구의 본질이자, 리그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