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의 응원은 단순히 점수를 내기 위한 구호를 넘어, 경기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KBO 리그가 출범한 1982년 이후, 야구장의 응원문화는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 왔습니다. 80년대의 깃발과 나팔, 90년대의 단체 율동, 2000년대의 전자 악기 응원까지, 응원문화의 흐름을 보면 당시 사회 분위기와 팬들의 참여 방식도 함께 엿볼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야구장 응원은 다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야구 응원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각 시기의 특징과 최근 트렌드까지 살펴봅니다.
1. 1980~1990년대: 원초적인 열정과 응원의 시작
KBO 리그 초창기였던 1980년대, 응원문화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깃발을 흔들거나 나팔을 불며 ‘오~비~ 베~어~스!’ 같은 구호를 외치는 것이 전부였죠. 팬들은 유니폼도 없이 일상복 차림으로 경기장을 찾았고, 손수 만든 깃발이나 플랜카드를 들고 응원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구단별 응원가나 체계적인 리더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응원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해태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구장 내에서 현수막을 걸고, 고향 팀에 대한 애정을 몸소 표현했습니다. 응원이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계속되기보다는, 점수 찬스 상황에서 갑자기 터져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응원단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구단마다 전문 응원단장이 생기면서 응원이 점차 체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의 대표 응원은 응원가와 구호 중심으로, ‘삼성~ 화이팅!’ 같은 직관적 구호에 박수를 맞추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또한 응원북(응원가 가사집)이 등장하고, 특정 선수의 이름을 넣은 응원가가 탄생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입니다.
2. 2000~2010년대: 치어리더, 전자응원, 브랜드화
2000년대 초반, 야구 응원문화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구단별로 전속 치어리더 팀이 구성되었고, 응원곡도 단순한 구호에서 멜로디와 가사가 담긴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진화합니다. ‘두산 베어스의 챔피언’, ‘LG 트윈스의 승리의 엘지’ 같은 곡들은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전자 악기(응원북, 드럼, 스피커 등)를 활용한 응원이 시작됐습니다. 경기장 분위기는 콘서트에 가까울 정도로 뜨거웠고, 홈팀 응원단은 물론 원정팀 응원단도 지정석을 만들어 대규모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원정 버스 응원단’ 문화도 이 시기에 생겼고, 전국의 팬들이 팀을 따라 전국을 이동하는 팬덤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또한, 구단과 기업이 응원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응원 자체의 브랜드화가 시작됩니다. 유니폼에 기업 로고가 박히고, 응원 도구인 응원봉, 치어리더 카드, 응원가 USB까지 상품화되기 시작했습니다. KBO 리그의 응원은 이 시기를 통해 단순한 함성에서 전략적 공연 요소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2020년대 이후: 팬 커뮤니티와 디지털 응원의 시대
코로나19 팬데믹은 야구장의 응원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무관중 경기와 제한 응원으로 인해 전통적인 집단 응원이 일시 중단되었고, 구단들은 팬들과의 소통 방식에 있어 디지털 중심의 전환을 시도하게 됩니다.
유튜브 라이브 응원, 랜선 응원단, 응원 메시지 영상 응모 등 다양한 방식이 등장했고, 이는 2023년 이후 점차 야구장 현장에서도 접목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는 전통적인 현장 응원과 온라인 상호작용이 혼합된 형태로 정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LG 트윈스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당일 경기 응원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롯데는 자사 앱을 통해 특정 응원 타이밍에 팬들이 스마트폰으로 음향과 조명을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또한 MZ세대의 유입으로 응원은 단순한 함성을 넘어서 영상 콘텐츠와 놀이로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치어리더들의 응원 영상은 SNS에서 ‘짧은 숏폼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고, 팬들은 특정 응원가의 안무를 따라하는 릴스를 통해 구단 응원 문화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응원은 이제 ‘직관만의 영역’이 아니라, 디지털에서 확장되는 팬 경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변하되 사라지지 않는 야구장 응원
야구장의 응원은 시대에 따라 형태는 바뀌었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함께 즐기고 함께 외치는 문화’입니다. 깃발을 흔들며 단순한 구호를 외치던 시절부터, 전광판에 맞춰 스마트폰을 흔드는 2025년 현재까지, 응원은 언제나 팬과 구단을 연결해주는 가장 뜨거운 소통 방식이었습니다.
앞으로 야구장의 응원은 더 디지털화되고, 개인화되며, 감각적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여전히 누군가의 ‘첫 직관’, ‘가족과의 추억’, ‘응원가를 따라 부른 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한국 프로야구가 계속되는 한, 그 응원의 물결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물결의 중심에는 언제나 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