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히트노런은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9이닝을 모두 던지며 실점 없이 승리를 거두는 기록이다. 이 기록은 단순한 무실점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투수의 압도적인 컨디션, 포수와의 완벽한 호흡, 수비진의 철저한 집중력까지 삼박자가 완벽히 맞아떨어져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KBO 리그에서 노히트노런은 지금까지 단 15번(완전경기 포함)만 기록된 매우 희귀한 기록이며, 그 하나하나가 KBO 역사에 깊이 새겨져 있다. 이번 글에서는 KBO 리그에서 실제로 달성된 노히트노런 순간들을 모아 소개하고, 그 감동과 의미를 되새겨본다.
전설의 시작: 최동원과 선동열
KBO 리그 초창기, 한국 야구의 황금기를 이끈 두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은 노히트노런의 상징적인 존재다. 최동원은 1984년 5월 5일, 해태 타이거즈를 상대로 9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투구를 펼치며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빠른 직구와 낙차 큰 커브를 앞세운 그의 피칭은 ‘전설’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경기였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86년, 선동열도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KBO 역사에 길이 남을 완벽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다. 그는 그날 경기에서 탈삼진 14개를 곁들이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고, 이후 1993년까지 총 3차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노히트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시기의 노히트노런은 KBO 팬들에게 투수의 지배력이 어떤 것인지를 각인시켜 준 계기였다.
현대 야구의 영광: 봉중근에서 안우진까지
2000년대 이후 KBO 리그에서 노히트노런은 더욱 희귀해졌다. 불펜 분업화, 투구 수 관리, 공격 중심의 리그 구조로 인해 9이닝 완투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도 2000년대 초중반 봉중근, <strong정민태, 배영수 등이 각각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2014년에는 넥센 히어로즈의 앤디 밴 헤켄이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완성했다. 그는 외국인 투수로는 최초로 이 기록을 세우며 KBO 외국인 투수 역사에 길이 남는 업적을 남겼다. 이후로도 외국인 투수들의 강세는 이어졌지만, 노히트노런은 결코 쉽게 나오지 않았다.
가장 최근의 노히트노런은 2023년 9월 3일, 키움 히어로즈의 안우진이 달성한 기록이다. 그는 그날 SSG 랜더스를 상대로 9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이 리그 최고 투수임을 증명했다. 해당 경기에서 안우진은 최고 시속 156km의 직구와 날카로운 커브를 앞세워 12개의 삼진을 기록했고, 경기 종료와 함께 마운드에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 감동은 많은 야구 팬들에게 ‘KBO의 진짜 명경기’로 기억되고 있다.
완전경기와 노히트노런의 위상 차이
노히트노런과 함께 언급되는 기록이 바로 ‘완전경기(퍼펙트 게임)’이다. 노히트노런이 ‘안타를 맞지 않는 경기’라면, 완전경기는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경기’로 훨씬 더 희귀한 기록이다. KBO 리그에서는 단 한 번, 1988년 롯데 자이언츠의 박정현이 유일한 완전경기를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완전경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라면, 노히트노런은 그보다 조금 더 자주 나오는 기록이지만 그만큼 ‘야구 팬이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경기’로 여겨진다. 노히트노런이 발생한 날은 대부분 해당 투수의 이름이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다음 날까지도 야구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 최근에는 구단에서도 이러한 기록을 즉각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며, 선수에 대한 굿즈 출시, 팬 사인회, SNS 영상 콘텐츠로 연결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야구는 승부의 스포츠지만, 때로는 기록 그 자체가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한다. 노히트노런은 그런 경기의 대표적인 사례다. 단 하나의 실수 없이 9이닝을 지배한 투수의 집중력, 수비진의 도움, 포수의 리드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때만 가능한 이 기록은 야구라는 스포츠의 집약된 정수를 보여준다.
KBO 리그에서 노히트노런은 점점 더 희귀한 장면이 되었지만, 그만큼 팬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단순한 승리보다 더 값진 성취, 오롯이 한 사람의 집중력으로 만들어낸 기적. 그래서 노히트노런은 야구팬의 마음속에 항상 설레는 기록이다.
앞으로 또 누가 이 특별한 기록을 다시 써 내려갈지, 팬들은 오늘도 야구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다음 노히트노런의 순간을 가장 먼저 목격하는 행운의 관중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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